팬픽은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해 쓰이는 경우가 훨씬 많으며, 그런 이유에서 드러나는 비주류적인 면이 존재한다. 쓰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쓰는 글이기에 나오는 특유의 즐거움이다. (p. 9) 욕망을 가진 이들이 기득권에 속할수록 혹은 기득권의 욕망에 가까울수록 그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받고, 기득권에서 벗어난 이의 욕망은 더욱 비판받는 경향이 있다....
언젠가 김치찌개 맛집이라는 곳에 간 적이 있다. 분명 묵은지도 제대로였고, 고기도 튼실하니 맛있었지만, 집에서 자주 먹던 김치찌개가 더 맛있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동안 그 김치찌개를 먹었고, 그 맛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김치찌개의 코어는 김치다. 이미 내 혀는 우리집 김치에 길들어 있으니 우리집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
(8월에 쓴 글임을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었을 때, 많은 다중이용시설이 문을 닫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했다. 나의 일터이자 쉼터인 도서관 또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데다 왔다 간 것을 추적하기 어렵고, 열람실에는 다닥다닥 사람이 붙어 앉기도 하며 어린이나 어르신의 방문이 잦은 곳...
홋카이도는 일본의 최북단에 있는 섬이다. 북위 41~45도에 있는 특성상 여름에도 일본의 다른 지역보다 덥지 않은 편이다. 나는 여름이 끝날 무렵 친구와 함께 홋카이도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8월 말, 한국은 여전히 더운 여름이었지만 홋카이도에서는 저녁에 긴 팔 외투를 걸치고 다녀도 될 정도였다. 우리가 묵던 온천 호텔은 맨 꼭대기 층에 노천탕이 있었는데...
나는 요리를 못한다.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라고 하면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요리 자체에 익숙하지 않아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게 많다. 반면 우리 어머니는 한식조리사 2급 자격증도 있는, 요리 경력 약 40년 혹은 그 이상의 전문가다. 한식 외에도 양식이나 베이킹은 수업을 들으러 다니시기도 했던, 말그대로 요리 존잘. 최고의 요리비결을 매주 애청하시는, 취미...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지만, 그게 2020년 8월 31일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사실 이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나의 모습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언제나 시작은 쉽게 하지만 도통 끝까지 잘 끝내질 못하는 성격이어서, 101편에 다다랐다는 게 영 믿기지 않기도 한다. 내가 이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가 2019년 10월이었는데, 당시 시작했던...
이사가 얼마 남지 않아 오늘 방을 뒤집어 엎었다. 나는 몇 달에 한 번 방을 뒤집어 엎으며 내 방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의 존재 이유를 어떻게든 찾아내 웬만하면 버리지 않고, 옛 편지나 글을 보며 추억에 잠기는 일을 하곤 한다. 그게 방 청소 아니냐고? 글쎄, 청소가 되어야 청소일 텐데 대부분은 그냥 물건을 꺼냈다가 집어 넣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은 그...
보통 여자아이는 인형놀이를 좋아한다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나는 오히려 아주 어릴 때는 인형에 관심이 없었다. 특히 마론 인형이라고 해서, 사람 모양을 하고 있는 인형에는 관심이 없다가 여덟 살이 넘어서 마론 인형에 급격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그때 인형으로 드라마 놀이를 하는 것에 푹 빠져 있었다. 미미, 제니, 쥬쥬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던 ...
나는 모태신앙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아 세례라는 것을 받았다. 보통은 성당에 가서 받는 것인데, 나는 유별나게 신부님을 집에 직접 초대해서 미사를 하며 받았다. 당시 우리 부모님과 친하게 지내시는 신부님이셨다. 아마 아주 어릴 때는 부모님을 따라 성당에 다녔을 것이다. 기억은 안 나지만, 우리 부모님은 굉장히 신실하신 분들이니 당연히 그랬을 것...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SNS에 대해 썼던 것 같아 검색해 보니 없었다. 아니, 트위터에 대해서는 썼겠지, 하고 검색했으나 역시 없었다. 일상 사물을 쓰며 트위터에서, 트위터에는, 이런 이야기를 수도 없이 했는데 비해 SNS 자체를 주제로 삼고 글을 쓴 적은 없었다. 스스로도 좀 놀랐다. 역시 너무 익숙한 것은 눈에 잘 안 들어오는 법이다. SN...
내 몸은 상체에는 살이 없고, 하체는 약간 있으며, 허리에 바지를 맞추면 허벅지가 안 맞고 허벅지에 맞추면 허리가 안 맞는, 그런 상하체 불균형적인 체형이다. 근육이 없다시피 한 흐물흐물한 몸이다. 몸무게로만 따지면 저체중에 속하지만, 인바디를 측정하면 지방은 전혀 뒤지지 않는 그런 몸이다. 몸무게로만 따지면 나는 마른 편에 속하고, 보이기도 그렇게 보인다...
얼마 전 여름 휴가를 냈다. 주말을 포함하면 열흘에 가까운 긴 휴가였다. 한 해의 반이 지나가는데 아직 연가의 절반도 쓰지 않은 상태였다. 여름 휴가만큼은 눈치보지 말고 길게 쓰자는 욕심에 덜컥 한 주 휴가를 내고, 그 전까지 미친듯이 일을 말그대로 '해치우며' 그러지 못한 것들은 미래의 나에게 던지고 휴가를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이번 휴가는 잠시 강원...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